최근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인 한강 잠수교를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된 ‘보행자 전용 교량’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한강의 수면과 가장 맞닿아 있는 잠수교를 시민들에게 온전히 돌려주어 문화와 여가, 생태가 어우러진 수변 휴식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현대 도시 재생의 흐름과 궤를 같이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합니다. 낮 시간대와 초저녁에는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몰려들어 다채로운 축제와 산책을 즐기는 활기찬 공간이 될 것이 자명합니다. 하지만, 도시의 거대한 인프라가 겪는 기능적 변화는 반드시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동반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차량 통제가 가져올 가장 치명적이고도 현실적인 우려는,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대’에 잠수교가 거대한 ‘범죄의 사각지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잠수교가 가진 태생적이고 구조적인 특수성을 짚어보아야 합니다. 잠수교는 반포대교라는 거대한 상층부 교량 아래에 위치한 복층 교량의 하부 구조입니다. 이로 인해 낮에도 햇빛이 온전히 들지 않는 구간이 많으며, 밤이 되면 상판이 하늘을 가리고 있어 달빛이나 주변의 자연광마저 차단되는 묘한 폐쇄성을 지닙니다. 구조물의 거대한 기둥과 교각 사이사이는 필연적으로 짙은 그림자를 만들어냅니다. 한강이라는 탁 트인 자연 위에 떠 있지만, 역설적으로 터널과 같은 공간적 고립감을 주는 곳이 바로 잠수교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활기찬 시간대에는 아늑함이나 독특한 정취로 다가올 수 있지만, 인적이 끊기는 자정 이후부터 동이 트기 전까지의 새벽 시간대에는 범죄 심리를 자극하거나 범행을 은닉하기에 최적화된 물리적 환경으로 돌변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차량의 부재’가 곧 ‘자연적 감시(Natural Surveillance)’의 소멸을 의미한다는 사실입니다.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이론에 따르면, 공간의 안전성은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에 의해 크게 좌우됩니다. 지금까지 잠수교의 새벽을 지켜온 가장 강력한 방범 장치는 역설적이게도 그곳을 바쁘게 오가던 자동차들이었습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차량의 강렬한 헤드라이트는 잠수교의 어두운 구석구석을 무작위로 비추는 거대한 조명 역할을 해왔습니다. 무엇보다 절대다수의 차량에 장착된 ‘블랙박스’는 한강 위를 굴러다니는 수백, 수천 개의 이동식 CCTV나 다름없었습니다. 범죄를 계획하거나 우발적인 충동을 느낀 자들에게, 언제 어느 순간 헤드라이트가 자신을 비추고 블랙박스 렌즈에 범행 현장이 녹화될지 모른다는 사실은 엄청난 심리적 압박이자 강력한 범죄 억제력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운전자라는 무수히 많은 익명의 목격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잠수교의 새벽 치안을 아슬아슬하게나마 유지해 온 핵심 기둥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되고 오직 보행자만 남게 된다면, 이 거대한 ‘이동식 감시망’은 일거에 증발해 버립니다. 새벽 2시부터 5시 사이, 잠수교를 건너는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의 수는 급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적이 드문 그 거대한 철골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홀로 남겨진 시민은 심각한 불안감과 고립감에 노출됩니다. 만약 이 시간대에 악의를 품은 범죄자가 잠수교 내부의 어두운 사각지대나 교각 뒤에 몸을 숨기고 있다면, 이를 사전에 인지하거나 외부에서 제지할 방법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강풍이 불거나 강물 소리가 크게 울리는 한강 특성상, 피해자의 구조 요청 소리마저 묻혀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차량이 다니던 시절에는 도로 중앙으로 뛰어들어 통행하는 차를 막아서라도 위급 상황을 알릴 최소한의 돌파구가 있었으나, 보행교에서는 구원을 요청할 불특정 다수의 목격자조차 기대하기 어렵게 됩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응급 상황 발생 시의 초동 대처와 접근성의 한계입니다. 폭력, 성범죄, 혹은 묻지마 범죄 등 강력 사건이 발생하거나 누군가 한강으로 투신하려는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1분 1초의 골든타임이 생사를 가릅니다. 기존에는 경찰 순찰차나 구급차가 일반 차량의 흐름을 타고 교량 위를 순찰하거나 신고 즉시 현장 코앞까지 신속하게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보행자 전용으로 바뀌어 진입로에 볼라드(차량 진입 방지 말뚝)나 장애물이 설치되고 보행로와 녹지가 혼재된 형태로 구조가 변경된다면, 치안 및 구조 차량의 신속한 진입은 물리적인 지연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결국 범죄자들에게 “이곳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도주하더라도 당장 경찰차가 쫓아오기 어렵다”는 잘못된 안도감을 심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잠수교의 보행화가 성공적인 도시 정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화려한 조경이나 문화 행사 기획에 앞서 이 ‘새벽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압도적이고 촘촘한 치안 대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입구나 중간중간에 CCTV 몇 대를 추가하는 수준의 안일한 대처로는 부족합니다. 차량의 헤드라이트를 대체할 수 있도록, 새벽 시간대에도 교량 내부의 사각지대를 완전히 없애는 지능형 고조도 조명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또한, 비명 소리나 이상 행동(배회, 폭력적 움직임 등)을 즉각적으로 감지하여 관제센터와 인근 경찰서에 실시간으로 알람을 보내는 ‘AI 기반 지능형 CCTV’가 교량 전체를 거미줄처럼 덮어야 합니다. 50미터 간격으로 시각적으로 눈에 띄는 비상 안심벨을 설치하고, 자정 이후 특정 시간대에는 인공지능 로봇 순찰대나 드론 순찰, 혹은 경찰과 한강사업본부의 인력이 교대를 해가며 상시 순찰을 도는 등 물리적인 방범 인프라가 차량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야 합니다.

도시의 공간은 겉보기에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는 것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습니다. 가장 취약한 시간대에, 가장 연약한 개인이 홀로 걸어도 생명과 신체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 ‘절대적인 안전’이 담보될 때 비로소 진정한 시민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차량을 비워낸 잠수교의 텅 빈 공간이 낭만과 사색의 자리가 될지, 아니면 두려움과 공포의 사각지대가 될지는 보행화 이후의 새벽을 어떻게 관리하고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에 달려 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차량 통제 계획과 동시에 최고 수준의 셉테드(CPTED) 설계와 치안 확보 방안이 철저하게 논의되어야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