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은 色이다]파란 회의실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끈다


[동아일보]
얼마 전 지인의 부탁을 받고 사무실 내부 색을 결정하는 데 조언한 적이 있다.
전자 부품을 수출하는 그 회사는 마침 사옥을 새로 마련해 사무실을 단장하고 있었다.
사무실에 적절한 색을 사용하면 능률을 향상시키고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래서 업무 공간의 색은 취향보다 용도에 따른 기능에 주안점을 둔다.
그 회사는 외부 인사와 상담하는 회의실을 빨강과 오렌지, 즉 따뜻한 색으로 꾸미려고 계획하고 있었지만 나는 파란 카펫과 파란 의자를 권유했다. 벽면에 걸린 대형 철쭉 사진도 푸른 하늘과 바다를 담은 사진으로 바꿨다. 파란색 회의실은 침착하고 성실한 느낌을 주고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반대로 직원용 회의실은 붉은 카펫과 오렌지 의자로 꾸미는 것이 좋다. 따뜻한 색은 활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인상을 준다.
파랑은 신뢰를 주는 색이다.
첨단 기술을 내세우는 컴퓨터 관련회사나 통신회사, 신용을 생명으로 여기는 은행들은 간판 색상에 파랑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 화장품의 파란색 용기는 성공을 기원하는 비즈니스맨의 이미지로 이어진다.
흔히 제자가 스승을 능가한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청출어람(靑出於藍·쪽에서 나온 푸른 색이 쪽보다 더 푸르다)이라는 말이 있듯이 파랑은 지성과 연결된다. 형식보다 내용을, 감성보다 이성을 내세우는 색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초기 화면을 파란 색조로 디자인하는 이유도 내용에 대한 신뢰감을 주기 위함이다.
또 진한 파랑은 전통과 책임감을 강조하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취직 면접시험이나 공개 토론 같은 경우 파란 색 옷이 적합하다.
파랑은 사람을 진정시키는 색이다.
시각 영역에 파란색이 들어오면 뇌는 신체에 안정을 가져오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 컬러 세러피에서 파랑은 신진대사를 증대시키고 성장을 촉진하며 혈액 순환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그래서 수면제와 안정제는 파란색 포장이 많다.
비만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부엌의 조명을 파랑으로 바꾸어 보기를 권한다. 파란 음식은 입맛을 가시게 하는 경향이 있어 체중 조절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파란 그릇을 사용하는 것도 식욕을 줄일 수 있으니 참고할 만하다.
성기혁 경복대 산업디자인과 교수 khsung@kyungbok.ac.kr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